BIOGRAPHY #1.
빌 커닝햄과 프렌치 워크 자켓에 대하여 //
BIOGRAPHY #1. 빌 커닝햄과 프렌치 워크 자켓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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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눈동자, 무엇인가 발견한 듯한 웃음

매일 아침마다 오래된 니콘 카메라와 슈윈 자전거를 끌고 뉴욕 거리를 나서는 이 사람은 무엇을 그렇게 찾고 있는 걸까요. 
매일 똑같은 푸른빛 프렌치 워크 자켓에 베이지색 치노 팬츠를 입고 말이죠
이 남자의 이름은 빌 커닝햄 (Bill Conningham.1929~2016)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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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부터 그의 삶이 끝날 때까지, 거의 40년 동안 〈뉴욕타임스〉지의 ‘온 더 스트리트(On the Street)’ 섹션을 장식하며 화려하고 커다란 무대가 아닌 일상적인 거리에서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라는 장르를 개척한 빌 커닝햄은 사람들의 개성과 자유로운 표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빌의 눈에는 사회적인 규칙과 트렌드보다도 개인의 독자적인 스타일과 표현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으며 제아무리 유명한 셀러브리티와 권력가일지라도 이러한 자신만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가 자신의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프랑스의 대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이러한 그의 철학이 드러나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빌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녀는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의상을 입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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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마스터플랜으로 계획된 도시구조, 규칙적으로 순환되는 교차점들, 그 속에 다양한 잠재성을 지닌 맨해튼 거리 사이사이에는 빌이 담고자 하는 것을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습니다. 사회가 정한 속도와 형식에 획일화된 사람들, 무언가에 얽매이게 된 자들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그의 눈에 더욱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빌이 찾고자 하였던 것은 바로 개성 있는 패션으로 표현되는 인간 본연의 삶과 자유 그 자체였던 것이죠. 자신의 내면과 가치에 충실하며 외부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따르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그의 사진에는 혼돈 속에서 희미해진 삶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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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무엇이 그의 사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콧대 높은 디자이너들도 그를 존경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을까요? 
그의 뛰어난 사진술이 될 수도, 남들과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의 연속적인 ‘태도’에 주목하려 합니다. 


스물여덟 번 자전거를 도둑맞더라도 스물아홉 번째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에 나와 매일 빠짐없이 뉴욕의 패션을 담은 빌의 연속적인 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패션의 전체적인 형상을 포착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그의 사진 속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디자이너들에게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참고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그는 패션 포토그래퍼가 아닌 패션 히스토리언, 즉, 패션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사진 속에서는 시간의 변화가 느껴지지만, 정작 그의 시간은 멈춘 듯 보입니다.
과연 빌이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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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로 맨해튼의 이스트 57 스트리트와 5번가의 모퉁이에 자전거를 매어 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의 사후에 뉴욕시는 그곳에 ‘빌 커닝햄 코너’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가 변함없이 흥미로운 눈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빌은 자신만의 확실한 고집과 철학에 따라 사진을 찍었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이 과정을 지속하였습니다. 그의 일관된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한결같은 태도가 변함없었기에 그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똑같아 보일 수 있었고, 그가 떠난 현재에도 여전히 뉴욕 거리의 어딘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것 같은 환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의 태도가 시간의 연속성을 초월하여 끝없이 존재하는 영원성으로 도달한 것이죠.

뉴욕 거리라면 어느 곳에서든 분명 빌의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저문 뒤 막상 그를 보러 가거나 연락을 하려 하면 그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람이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빌은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면 분명히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똑같은 프렌치 워크 자켓을 입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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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이 매일같이 입고 있던 프렌치 워크 자켓은 당시 노동자들이 입는 일상적인 의류였으며 간결하면서도 편안한 실용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켓의 단단한 내구성 덕분에 빌의 카메라 끈이 계속해서 맞닿아도 해지지 않을 수 있었고 여러 개의 주머니는 필름과 수첩을 담을 수 있어 유용했으며 촬영시에도 움직임에 제약이 없었기에 그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빌의 직업과 옷의 쓰임이 잘 어우러진다 하더라도 그의 프렌치 워크 자켓은 더욱 멋있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빌의 자켓에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일관성, 꾸준한 성실함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 흔적은 옷의 형태를 넘어서서 빌의 인내와 열정, 연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대변하며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감춰진 잠재의식을 깨우는 듯합니다.

우리가 빌의 사진을 보고 그와 같은 프렌치 워크 자켓을 사고 싶어지는 이유는 그저 멋있어 보이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그의 변함없는 태도를 입고 싶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가 보여주었던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삶에 대한 진정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 말이죠. 빌 커닝햄의 프렌치 워크자켓과 함께라면 왠지 모르게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샘솟을 것만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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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옷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기반으로 전개됩니다. 빌의 프렌치 워크 자켓에서 우리는 ‘태도’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패션의 흐름과 유행이 달라져도, 삶의 패턴과 규칙이 달라져도 인간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자유롭게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또한 빌 아저씨와 그의 프렌치 워크 자켓이 보여준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범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한 마음가짐과 확고한 신념을 유지하고 작지만 꾸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는 자켓 한 벌이면 충분했던 빌 커닝햄.
yrs가 정밀하게 복각하고 현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프렌치 워크자켓과 함께 시간이 멈춘 듯한 빌 커닝햄의 변함없는 태도를 입어보세요.



EDITOR : HONG JIAHN




이미지 출처
1-1 Ⓒ GQ
1-2 Ⓒ SPLASH NEWS    

2-1 Ⓒ GARETH CATTERMOLE  

3-1, 3-2, 3-3 Ⓒ THE BILL CUNNINGHAM FOUNDATION LLC.  

4-1 Ⓒ VOGUE
4-2 Ⓒ RICHARD DREW  

5-1 Ⓒ WWD
5-2 Ⓒ DMITRY GUDKOV  

6-1 Ⓒ GETTY IMAGES
6-2 Ⓒ JIYANG CHEN
6-3 Ⓒ GETTY IMAGES